법법법 1화 2026-09-02

AI가 만든 아동성착취물, 미국과 한국 법정의 엇갈린 시선

얼마 전 미국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연방법원이 AI로 생성한 아동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하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법원이 아동성착취물 소지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3년 10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가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신고했다. 한 이용자가 미성년자 계정으로 아동 성학대를 묘사한 이미지 여러 장을 DM으로 보냈는데, 컴퓨터로 생성한 이미지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에는 발신자가 미성년자에게 스테이블 디퓨전에 프롬프트를 넣어 이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대목도 담겨 있었다.

계정 주인은 위스콘신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티븐 앤더레그(Steven Anderegg)였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결과 그의 노트북에서 성기 묘사가 가능하도록 개조된 스테이블 디퓨전 프로그램이 발견됐다. 그는 프롬프트를 다듬고 “성인은 제외하라”는 네거티브 프롬프트를 사용해가며 사춘기 이전 아동의 성적 이미지를 수백 장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은 네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이미지 제작, 배포, 16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전송, 그리고 단순 소지다. 앞의 세 혐의는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이 다룬 것은 마지막 하나, 즉 ‘단순 소지’ 혐의뿐이다.

1심인 위스콘신 서부 연방지방법원은 소지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고, 검찰이 항소했다. 이번에 나온 것은 그 항소심, 연방 제7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해당 이미지들은 AI로 생성한 것이어서 실존하는 아동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상충하는 두 개의 판례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서로 충돌하는 연방대법원의 두 판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판례는 스탠리 판결(Stanley v. Georgia, 1969)이다. 대법원은 음란물이라도 개인의 주거 공간에서 혼자 소지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음란물의 제작과 유통은 국가가 규제할 수 있지만, 개인이 자기 집에서 무엇을 읽고 보는지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에는 정보를 수령할 권리가 포함되며, 사적 공간에서는 이 권리가 우선한다고 보았다.

두 번째 판례는 퍼버 판결(New York v. Ferber, 1982)이다. 대법원은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은 일반적인 음란성 판단 기준(밀러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전면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일반 음란물은 ‘표현물의 내용’을 기준으로 규제하지만, 아동성착취물은 ‘제작 과정’을 기준으로 규제한다. 제작 자체가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학대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동성착취물의 공식 명칭은 CSAM(Child Sexual Abuse Material)이다. 과거에는 ‘아동 포르노’로 불렸으나, 미국과 한국 모두 이 용어를 퇴출하는 추세다. ‘포르노’가 소비자의 자극을 기준으로 삼는 말이라면, ‘성착취물’은 제작 과정에서 아동이 겪은 피해를 기준으로 삼는 말이다. 한국도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변경했다. 내용이 아니라 제작 과정의 착취가 핵심이라는 퍼버 판결의 논리와 같다.

두 법리는 1990년 오스본 판결(Osborne v. Ohio)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피고인은 자택에 아동성착취물 사진 4장을 소지하다 적발되자 스탠리 법리를 내세워 “사적 공간에서의 단순 소지”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에는 자택 내 단순 소지라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성착취물 속 대상이 가상 아동이라면

문제는 성착취물 속 아동이 컴퓨터로 생성된 가상 존재일 때 발생한다.

1996년 미 의회는 컴퓨터로 만든 가상 아동성착취물까지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02년 연방대법원은 이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Ashcroft v. Free Speech Coalition). 퍼버 판결이 아동성착취물 금지를 정당화한 근거는 제작 과정에서의 ‘실제 아동 착취’인데, 가상 아동에게는 그런 피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실제 아동의 피해가 없는 영역까지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 침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의회는 2003년 ‘PROTECT 법’을 제정해 재입법에 나섰다. 이번에는 규제 대상을 ‘음란한(obscene)’ 이미지로 한정했다. 음란물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 못하므로, 가상 아동성착취물이라도 음란물 요건을 충족하면 금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컴퓨터 생성 이미지도 포함되며 묘사된 아동이 실존할 필요는 없다고 법조문에 명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위헌 여부가 문제된 조항이 바로 이 조항이다.

법원의 판단

이번 사건에서 해당 이미지가 ‘음란하다’는 점 자체는 다투지 않았다. 공소 기각 여부를 다투는 단계였기 때문에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판단했고, 피고인 측 역시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 음란물로 분류되는 편이 피고인에게 오히려 유리했기 때문이다.

논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자택에서 음란한 이미지를 소지했다.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음란물이라도 주거지 내 단순 소지는 처벌할 수 없다(스탠리 판결). 다만 실존 아동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이라면 자택 소지라도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오스본 판결).

그러나 이 사건 이미지에는 실존 아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스본 판결의 예외가 적용될 수 없으며, 원칙인 스탠리 판결이 적용된다. 즉, 처벌할 수 없다.

검찰은 스탠리 판결이 성인 음란물에만 적용될 뿐 아동을 묘사한 음란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탠리 판결의 핵심은 표현물의 내용이 아니라 ‘주거’라는 사적 공간의 불가침성에 있다는 이유였다.

의회의 입법 논리가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2003년 의회는 2002년 위헌 판결을 피하고자 대상을 ‘음란한 이미지’로 좁혔다. 그러나 음란물로 규정하는 순간 1969년 스탠리 판결의 보호 영역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상 아동 이미지를 자택에서 단순 소지하는 경우, 음란하지 않으면 2002년 판결에 의해 보호받고, 음란하면 1969년 판결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 현재의 대법원 판례 체계상 어느 경로로 가도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렇다고 PROTECT 법 자체가 전면 무효화된 것은 아니다. 이 법을 ‘실존 아동이 개입되지 않은 가상 이미지의 자택 내 단순 소지’에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적용위헌, as-applied). 실존 아동의 사진을 합성·변형한 경우나 유통·제작한 행위에는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항소법원은 기존 연방대법원 판례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현시점에 2002년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에 고뇌를 드러내면서도, 사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확립된 선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론과 법관의 법감정이 엇갈린 판결이다.

무죄가 아니라 ‘공소 기각’인 이유

일반적인 형사 판결의 ‘무죄’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배심원 재판이나 본격적인 증거조사가 시작되기 전, 소지 혐의 부분에 대한 공소 자체가 기각(Dismissal)된 것이다.

이 차이는 미국 형사절차에서 매우 중요하다. 배심원이 선서하고 정식 재판을 거쳐 무죄(Acquittal)가 확정되면, 이중위험금지(Double Jeopardy) 원칙에 따라 검찰은 법리 오해를 이유로도 항소할 수 없다. 반면 재판 개시 전 법리 판단으로 내려진 공소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급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종결된 것이 아니다.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여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 소지 혐의는 되살아난다. 우리로 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변경하는 일이다.

재판부가 남긴 메모

재판부는 판결문에 보충의견을 덧붙이며 사실상 연방대법원에 화두를 던졌다.

2002년 당시 대법관들의 소수의견을 먼저 상기시켰다. 오코너 대법관은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과 실제 성착취물의 구분이 불가능해질 것이라 경고했고, 토머스 대법관은 실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가상 이미지 규제가 불가피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 지적했다. 재판부는 바로 지금이 그 시점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검찰이 이번에 미처 파고들지 못한 핵심 쟁점을 제기했다. 바로 AI의 학습 데이터셋 문제다.

이미지 생성 AI 학습에 사용된 주요 데이터셋에서 실제 아동성착취물이 다수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2년의 가상 이미지는 사람이 손으로 그린 독립된 창작물이었지만, 생성형 AI 모델은 수억 장의 실제 사진을 학습해 결과물을 만든다. 학습 모델에 실제 아동성착취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가상 이미지를 찾는 사람이 늘수록 모델을 학습시킬 실제 성착취물을 만들 이유도 커진다. 실제 아동이 피해를 입는 연결고리가 다시 형성되는 셈이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 기록만으로는 이를 입증할 수 없어 판단을 유보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향후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 증명해 와야 할 과제를 명시해 준 셈이다.

한국 법과의 비교

한국 법 체계에서는 이러한 논쟁 구조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다. 실제 아동이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구성요건에 해당하며, 단순 소지나 시청만으로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두 가지 법리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거지 내 음란물 소지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성착취물을 금지하는 이유를 제작 과정에서만 찾지도 않는다. 한국은 표현물의 외형과 내용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신 한국 법정에서는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의 범위가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해 교복 착용이나 체형만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며, 전후 맥락과 묘사를 종합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스테이블 디퓨전 등으로 생성한 이미지는 실사 사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실사에 가까워질수록 미국에서는 실제 아동의 개입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져 검찰이 불리해지지만, 한국에서는 “명백하게 아동으로 인식된다”는 요건이 쉽게 충족되어 수사와 기소가 수월해진다. 동일한 기술을 두고 두 나라의 법적 결론이 정반대로 갈리는 이유다.

피해자가 있는가

퍼버 판결의 논리는 명확했다. 사진이 존재한다면, 그 사진 뒤에는 반드시 학대당한 피해 아동이 존재한다는 등식이었다.

생성형 AI는 사진과 피해자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끊어냈다. 사진은 존재하지만 그 사진 속 피해자는 없다. 미국 법원은 그 단절된 지점에서 멈춰 섰고, 판사들은 학습 데이터라는 새로운 우회로를 가리켰다. 반면 한국 법은 애초에 제작 과정의 직접적 피해 여부에 기대지 않았기에 멈출 이유가 없었다.

“화면 속 대상이 가상이라는 사실”과 “그 이미지가 현실의 어떤 아동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이 과연 같은 의미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무거운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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